나는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지난 주말에 '다음 소희'라는 영화를 봤다. 실제로 일어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를 보는 동안 소희가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 그리고 아이들을 그런 곳에 보내야만 했던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다음 소희가 앞으로 없기를...
영화 '다음 소희'는 2017년 전북 전주의 한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이 목숨을 끊은 사건을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김소희는 한국통신 S+의 하청업체인 LB휴넷에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계약해지 방어팀 콜센터 현장실습생으로 일했다.
부모들이 대기업에 취직해 기뻐하고 학교가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등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주인공은 고객의 욕설과 성희롱, 회사의 공연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세상은 18살 어린 소녀가 살기가 쉽지 않다거나 남의 돈을 따기가 쉽지 않다는 식의 쉬운 말로 이를 단순 은폐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어딘가에서 아직 진행 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몇 년 전 현장실습생들의 애로사항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들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것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멘토로 일하는 상사들의 폭언이었다.
급여가 중요한 요소였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현장실습을 하면서 월급을 받으면서 미래의 직업을 경험하고 마음껏 춤을 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는 소희가 실제로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춤'이라는 사실조차 그녀가 죽은 뒤에야 알았다.
학교는 일이 힘들어도 후배들을 위해 버티라고 했고, 선생님은 소희의 콜센터 방어 업무의 강도, 즉 인터넷을 해지한 고객들을 위한 것, 즉 욕을 먹는 정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팀 성적에만 관심이 있을 뿐 현장실습생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교육당국은 학교별 취업률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등의 정책과제만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잘 돌아가고 있는 이러한 정책들은 소희의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음 소희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초점이 학교와 참여기업에서 학생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래 산업인력 양성을 목표로 최고의 물질적, 환경적 처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멘토는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동료와 부하 직원들을 친절하게 교육하고, 학교는 좋고 건강한 기업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최소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기업은 현장실습 참여 기업에서 제외해야 한다.
실제로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을 보도하는 대부분의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아이들을 위험한 직장에 보내서는 안 되며, 법과 제도를 준수해야 한다.
다만 현장실습 시기를 늦추고 기간을 줄이거나 아예 조기취업 현장실습을 폐지하는 쪽으로 논의가 흐르는 경우가 많다.
또는 학생과 근로자의 경계에 있다는 점이 문제이므로 학생으로 교육하거나 근로자를 근로자로 규정하여 근로기준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여 회사 내 다른 근로자와 동일하게 대우하는 대안에 직면하게 된다.
슬프게도,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현장실습은 교육과 노동이 돼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학생 전공에 적합한 기술을 가르칠 능력이 없는 실정이다.
실습을 마친 학생들이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부족하다. 애초 성인 직원들의 안전과 적정 임금조차 지키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성화고 졸업생 상당수가 실용기업을 떠나 대학에 진학하거나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등의 취업을 준비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 고졸자들이 실력을 인정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얼마나 되느냐의 문제다.
감독과 처벌의 문제일 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영화의 파장으로 현장실습생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적용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으로 다음 소희가 또 나오지 않으려면 의미 있는 변화이긴 하지만 연민과 분노를 넘어 추가 개선안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보통 이런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들은 감독과 배우 모두 과도하게 관여하고 신파를 과도하게 입히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소희의 경우 과도하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과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더 객관적으로 집중하게 되고, 그 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평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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