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있습니다. 일도 사랑도 어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 인생 최악의 하루를 보낸 남자는 결심합니다.
"이젠 정말 끝내야 할 때"라고.. 그리고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섭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아내의 이별 통보 문자에 모든 계획이 틀어지고 맙니다.
무작정 강릉으로 향한 남자는 그곳에서 새로운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두 사람은 일주일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정리하기로 하는데요. 너무나 현실적이서 더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자극적인 소재 없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 [헤어질 결심]이었습니다.
영화 줄거리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 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
수상 내역
- 42회 황금촬영상 시상식(감독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 35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외국어영화상, 촬영상)
- 23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남자연기자상)
- 58회 대종상 영화제(최우수작품상, 시나리오상, 남우주연상)
- 43회 청룡영화상(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각본상)
- 4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영평 10선)
- 31회 부일영화상(최우수 작품상, 남우 주연상, 여우 주연상, 음악상)
- 27회 춘사영화제(최우수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 75회 칸영화제(감독상)
영화 평가
소재에 대한 반감을 영리하게 피하며, 사랑과 이별에 대해 섬세하고 치밀하게 고찰했다는 찬사를 받는다. 15세 관람가 영화인 만큼 감독의 이전 작들에 비해 확실히 자극적인 표현 수위는 크게 낮아졌지만, 스토리의 깊이와 진정성은 더 높아졌다고 평가된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상상과 현실을 실제 장면으로 상호 작용을 하는 채로 겹쳐서 표현하는 연출은 이번 작에서도 여전하다. 올드보이의 과거 회상에서도 나왔던 연출인데, 이번에도 중요 장면에서 상황과 심리를 잘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위와 같은 점에서 오는 모호함도 존재하기 때문에 대중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영화에서 지나가는 듯한 대사, 지나가는 듯한 장면, 화면의 스쳐 지나가는 사물이 이야기 전개나 반전 요소나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인데, 그걸 보고 전개와 의미를 파악하기도 전에 이미 다른 장면으로 휙휙 지나가는 바람에 놓치기 쉬운 요소들이 많다.
그래서 대략적인 스토리 흐름과 반전 요소들을 파악하는 데 어려운 것까진 아니지만, 상징적 요소들이 대량으로 내포된 영화가 익숙해질 정도로 많이 보지 않은 일반 관객에게는 디테일한 내용 파악이 어렵기도 하다.
또한 초반부에 단서를 보여주고 후반부에 비밀이 드러나는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서사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 역시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다.
초반에 쌓여가는 복선에 피로감을 느껴 정작 중요한 후반부의 이야기와 두 주인공의 감정선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평가 역시 간간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것에 이골이 난 영화 평론가들, 영화 기자들, 영화 마니아들, 영화 유튜버들의 경우에는 그 숨은 의미들을 순간순간 파악하면서 그 깊이를 보고 감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박찬욱 영화 팬들이나 평론가들에게는 매우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어떤 박찬욱의 영화 팬들은 그의 최고작으로 여기기도 하며, 그가 과도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 없이도 깊은 감정의 울림을 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불륜이라는 소재의 불편함 때문에 꺼리는 반응 또한 없진 않다.
물론 기생충이 단순 살인 미화 영화가 아닌 것처럼, 이 영화도 불륜을 권장하거나 불륜을 아름답게 묘사한 영화와는 결이 많이 다르지만, 일차적인 메시지를 보고 이야기의 반전 요소나 추리 범죄 같은 접근법으로 영화를 접한 관객이라면 아무래도 불편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었고, 그것이 '극히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은 넘었으나 큰 흥행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분석이 있다.
또한 친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 역시 공간적인 배경 상징을 적극 활용하고, 화면 색조를 사용하는 점에서도 영화 주제와 잘 맞아떨어지게 정론적으로 잘 연출했을 뿐 아니라, 화면 구도, 카메라 시점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교과서적으로 잘 구현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관객이 느낄 수 없는 냄새 같은 요소도 영화적인 장치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탕웨이와 박해일의 연기력도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였다. 연기를 잘해 감독들이 많이 선호하는 배우인 박해일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탕웨이의 경우에는 한국어를 구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위해서 대본을 암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법부터 제대로 배우면서 노력했으며, 중국에서 연극 연출을 전공한 것을 적극 활용하여 감독에게 배치나 카메라 사용 등에 대해서 적극 의견을 냈다고 한다.
촬영 중에 다리를 다쳐서 목발을 감행할 정도로 열정을 다했었다. 관람을 마치고 온 관객들로부터 탕웨이의 연기력, 매력을 극찬하는 리뷰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칸 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 데일리>의 평론가 평점에서 4점 만점에 평균 3.2점을 받아, 경쟁 부문 전체 출품작 중 최고 점수를 기록했고 박찬욱이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영화 해석
영화는 '헤어지는 순간'에 찾아오는 '사랑'이라는 역설을 미스터리의 방식을 빌려 말하고 있다.
조심스럽고 은유적인 방법으로 사랑의 거리와 깊이를 묘사한다.
그러나 사랑을 다루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물론,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제목 역시 '사랑할 결심'이 아니라 '헤어질 결심'이다. 격정적인 사랑은 물론, 그 흔한 베드신 하나 없다. 자칫 통속적이고 외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육체적인 관계 대신 두 주인공의 정신적인 교감에 중점을 두기 위해서일 것이다.
경찰과 용의자라는 관계, 불륜이라는 상황,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모두 사랑이라는 개념을 최대한 에둘러 표현하기 위해 고안한 배경이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를 최대한 부드럽고 미묘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이 발상은 영화의 가장 큰 모티프이자 주제의식이라 볼 수 있다.
헤어짐과 사랑의 역설은 부산에서 해준이 서래에게 이별을 고하는 위의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해준은 사건을 조작한 서래에게 실망하며 그녀를 떠나지만 서래는 그 순간 해준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해준에게 사랑의 끝이 서래에겐 사랑의 시작이 된다.
직업윤리 대신 사랑을 택하며 헤어질 결심을 한 해준과 그의 통보에서 사랑을 느낀 서래의 상황이 감독이 생각하는 사랑을 가장 부드럽고 미묘하게 표현하는 방법인 것이다.
각본과의 차이점
- 영화 1부와 2부의 시작에 각각 검은 화면에 山 산, 海 바다가 필기체로 적히는 신이 빠졌다. 박찬욱 감독에 따르면 관객이 2부의 시작에 또 1부만큼의 분량이 더 남아있다고 생각할까 봐 뺐다고 한다.
- 서래가 금요일 할머니의 집에서 질곡동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다 홍산오가 경찰과 대치 중 가위로 자살하였다는 대목에서 표정이 굳어지는 장면이 빠졌다. 해준의 집을 방문한 이유가 해준이 걱정되어서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서래가 펜타닐로 어머니를 살해하기 전 어머니가 죽기 위해 주삿바늘을 삼킨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
- 서래가 계봉석의 직계후손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 해준이 이에 대해 따져 묻자 서래는 어머니의 친부모도 항일운동을 하다 돌아가셨고 계봉석이 입양하여 키웠다. 핏줄보다 그런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며 반문하고 해준은 수긍한다.
- 화요일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상주 임호신이 서래를 눈여겨보는 장면이 빠졌다.
- 2부의 첫 장면으로 바다낚시를 하며 아들과 통화하는 장면이 빠졌다. 강력사건이 없는 무료한 이포에서의 삶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 해준이 수완에게 이지구가 PC방 알바를 살해했다는 소식을 듣는 장면이 빠졌다.
- 서래가 유치장에서 풀려난 후 바닷가를 거닐며 대나무 장대를 지팡이처럼 들고 다니다 해준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과 정안에게 임호신 살해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해준이 전화기를 확인하고도 받지 않는 장면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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